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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트루먼'이 아닐까? 영화 <트루먼 쇼> 줄거리 및 리뷰

by 츄랜드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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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루먼쇼 줄거리

모든 것이 꾸며졌던 '트루먼'의 삶

트루먼쇼 줄거리

어느 작은 섬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트루먼'은 아내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트루먼은 모두에게 친절하고 밝은 에너지를 가졌고 바르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비밀이 있었는데, 사실 그는 누군가에 의해 꾸며진 삶을 살고 있다. 트루먼의 가족, 아내, 친구, 연인부터 심지어 아버지의 죽음까지 그의 모든 삶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였다.

 

트루먼이 진짜라고 생각하고 살고있는 세상은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방송국의 스튜디오이다. 트루먼의 인생은 10,909일째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프로그램 '트루먼 쇼' 그 자체이다. 쇼의 주인공인 트루먼만 그 사실을 모른다. 평생 살아온 자신의 생활이 모두 연출된 프로그램이라는 걸 꿈에도 모르고 있다. 달처럼 생긴 상황실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크리스토프'는 이 쇼를 기획하고 제작한 사람이다. 그는 트루먼 쇼를 오랜 기간 방송하기 위해 트루먼의 삶 곳곳에 상업 광고를 배치해 왔다.

 

트루먼이 스튜디오 속 좁은 세상에만 머무르며 사는 데는 그의 물 공포증도 한몫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던 도중 아버지가 바다에 빠져 죽는 것을 본 뒤로 생긴 일종의 트라우마이다. 물론 아버지의 죽음은 연출된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탐구심이 강해 여행가를 꿈꾸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픈 욕구를 가진 트루먼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그럼에도 트루먼은 언젠가는 '피지'섬을 향해 떠나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찾으려고 하는 사람의 이름은 '로렌 칼렌드'. 그녀는 대학시절 트루먼의 첫사랑이다. 그녀는 '트루먼 쇼'의 각본에 등장하지 않는 조연 혹은 엑스트라 배우에 불과했다. 우연히 트루먼의 동선과 겹치며 그와 인사를 나누게 된 로렌. 트루먼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어쩌면 '트루먼 쇼'는 트루먼과 로렌의 러브스토리로 새로운 이야기를 꾸밀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피해 바닷가로 트루먼을 데리고 간 로렌은 그에게 '말하면 안 되는 비밀'을 말해주려고 시도한다. 


이는 절대로 크리스토퍼의 계획이 아니었다. 갑자기 차를 타고 해변가에 나타난 '로렌의 아버지'는 로렌을 미친 사람 취급하며 황급히 트루먼에게서 데려간다. 그녀는 트루먼에게 자신의 진짜 이름은 로렌이 아닌 '실비아'라고 알려주면서 "너의 삶은 모두 꾸며지고 가짜인 쇼!"라고 말한다. 로렌의 아버지라고 말한 남자는 그녀를 데리고 '피지'섬으로 간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실비아'는 트루먼쇼에서 이후 자취를 감춘다.

 

이해할 수 없는 그날의 기억은 트루먼이 '실비아'를 찾고 싶어 하는 다른 이유가 된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출근하는 차 속에서 흘러나오던 라디오가 멈추고 무전 소리가 들린다. 무전 속 내용은 트루먼이 어떤 골목을 지나고, 어디에 도착했는지 서로 교신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주파수를 조정하는 듯한 시끄러운 삐 소리와 함께, 온 세상 사람들이 동작을 멈추더니,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사람들이 움직인다. 이상하다. 무언가 수상함을 느낀 트루먼은 돌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정해진 루틴을 벗어나 돌발 행동을 할수록 이상한 광경이 더 많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평소에 타지 않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방송 출연을 준비 중인 보조 연기자와 스텝들이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할 텅 빈 공간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다던가, 간호사인 아내를 갑작스레 찾아간 병원에서 누가 봐도 수상한 의사가 괴상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트루먼쇼 결말

자신의 아내와 가족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도 조금씩 이상함을 느끼게 된 트루먼은 하루빨리 피지로 가려고 결심한다. 하지만 모든 비행기표는 매진되었고, 어렵게 탑승한 버스도 출발 직전 고장이 난다. 트루먼이 '씨헤븐'을 떠나는걸 모두가 막는다. 트루먼은 차를 운전해 도시 밖으로 도망치려 하고, 크리스토프는 도망치려는 트루먼을 온갖 방법으로 막으려고 한다.

 

크리스토프가 생각해 낸 비장의 카드는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의 재회이었다. 트루먼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죽은 아버지도 살려내는 방송국 클래스. 다시 돌아온 아버지로 인해 트루먼은 안정된 삶을 찾을 것처럼 보였다. 크리스토프는 다른 방송의 인터뷰에서 가장 최근 '트루먼 쇼'에서 보여준 극적인 부자상봉 장면을 자화자찬하며 만족스러워한다. 하지만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것 같아 보이던 트루먼은 방송국을 속이기 위한 연기 중이었다.

 

잠을 자고 있는 줄 알았던 트루먼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트루먼 쇼' 방송 이래 처음으로 방송을 중단되었다. 주인공이 사라진 '트루먼 쇼'의 최대 위기! 모든 연기자들이 한밤 중에 트루먼을 찾아 헤맨다. 수색 작업이 더뎌지자, 밤이었던 스튜디오에 갑작스레 태양을 띄워낸다. 그렇게 한참을 찾던 크리스토프는 가짜 바다 한가운데 배를 타고 가고 있는 트루먼을 발견한다. 직접 배를 띄워 '피지'를 향해가는 트루먼.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실비아를 찾아 피지로 떠나려는 트루먼.

 

크리스토프는 분노한다. 거센 바람과 파도를 일으키며 트루먼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 트루먼이 변화를 거부하고 돌아와 다시금 순순히 주어진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트루먼은 하늘에 대고 '나를 죽일 생각이라면 차라리 죽여라!'라고 말한다. 정말로 죽을 위기에 놓인 트루먼. 그제야 크리스토프는 폭풍을 멈췄다. 그렇게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트루먼은 평화로워진 바다 위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수평선을 넘어가는 듯했던 트루먼의 배는 바다 한가운데서 벽에 부딪혀 멈춘다. 거대한 스튜디오의 바깥 벽에 다다른 것이다. 

 

처음에는 벽에 막혀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음에 좌절하던 트루먼은 곧 바깥으로 통하는 문을 발견한다. 한 발자국씩 진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던 트루먼에게 크리스토프는 처음으로 말을 건넨다. 마치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대화하듯,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크리스토프의 음성. 모든 것이 꾸며져 있던 트루먼의 세상이 안전하고 좋은 것이라며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시전 한다. 하지만 트루먼은 대답한다. 그가 살던 세상에서 늘 하던 정겨운 인사를.

 

"못 볼지 모르니 미리 말할게요.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앤 굿 나잇!".

 

그리고 평생 자신이 살던 '세상'을 떠나 진짜 세상으로 나가는 트루먼과 그 모습을 보고 쉽게 다른 채널을 틀어버리는 일반 시청자의 모습이 교차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또 다른 '트루먼'이고 싶지 않은 나의 오늘

트루먼 쇼 후기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트루먼이 아닐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 '여자는 얌전해야 한다'와 같은 구닥다리 잔소리로부터 시작해, 우리는 늘 길들여져 왔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틀 안에 갇힌 반죽처럼 뒤섞인다. 같은 모양으로 구워진 빵이 되기 위해. 사회에 나와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 살다 보면, 어느새 '나'는 없고 그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갇힌 부품만 남는다. 어떤 다른 부품이 와도 나의 자리를 쉽게 채울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존재감만을 지닌. 언제든 채널을 돌려버리면 의미가 없어지는 TV 쇼의 주인공처럼.

 

아무리 내가 트루먼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노라고 믿고 싶어도, 결국 나는 '나'를 위해서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사는 삶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어렵다. 간신히 뜬 두 눈으로 허겁지겁 세수를 하고 만원 지하철에 콩나물처럼 서 있다가 도착한 직장이라는 곳에서 하루의 절반을 보내고 다시 풀 죽은 숙주나물처럼 몸을 싣고 돌아와 소주 한 잔에 신세타령을 하고 남의 인생을 한껏 비웃거나 부러워하다가 다시 잠이 든다. 매일 같은 모습이 반복되니, 달라지는 것이라곤 소주 안주 종류와 내 입에 오르내리는 타인의 이름 정도. 내가 바꿀 수 있는 나의 삶의 모습도 별로 없지만, 대부분은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과도 같다. 마치 누군가 나의 삶을 처음부터 이렇게 만들어 놓기라도 한 듯이. 

 

트루먼이 눈을 뜬 건 '우연'에 의해서였다. 실비아를 만나게 된 것도, 촬영팀의 무전이 그의 차에 들리게 된 것도 모두. 그 우연에서 출발해 트루먼은 진짜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다. 어쩌면 나의 삶에 필요한 것도 '우연'처럼 보이는, 틀에서 벗어난 무언가가 아닐까. 틀 속에 갇혀 사는 내가 늘 같은 곳만 바라보고 걸어가고 있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그래서 일탈일지 모른다. 그 일탈은 가장 깊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가능할지 모른다. 아름다운 실비아를 잊지 못하는 순수한 청년 트루먼의 마음속 목소리가 결국 무서워마지 않던 바다로 나가게 했던 힘이었던 것처럼. 결국 내가 향해야 할 곳은 인천 월미도 앞바다가 아니라, 어린 시절 잊고 살았던 나의 기억 속 마음의 목소리일까. 내가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던, 땀이 흥건히 나게 만들었던, 오금이 저리게 만들었던, 그 강렬한 기억 속 어딘가 자리 잡고 있는 '나'의 목소리. 

 

트루먼 쇼를 보고 '나는 속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야'라고 외치는 사람은 무언가로부터 지금 속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잠깐만! 나는 지금 내 인생을 제대로 내 의지대로 잘 살고 있는가?'를 물어보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다음부터 속을 가능성은 낮아지리라. 우리는 그렇게 모두 나의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다. 누군가의 방해나 간섭이나 조종을 받지 않고 오롯이 나의 인생을 나의 뜻대로 말이다. 커다란 빵 틀 안에서 서로 색을 비교하는 구워진 빵들의 처지가 아니라, 스스로 모양을 만들고 다양하게 빚어내는 제빵사의 마음으로 내 인생을 바라볼 수 있다. 그렇게 내가 나의 인생을 살아야, 남의 인생도 소중해진다. 서로 다른 모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수 있게 된다. 그제야 비로소 트루먼의 인생이 가엾었음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물어봐야 한다.

 

나는 오늘도 트루먼으로 살고 있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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